회사를 그만 둔 지 2달 째가 되던 어느날이었다.

마음이 무겁고, 앞날이 막막한게 기분이 정말 우울했다.

수없이 입사 지원을 해도 회신없는 내 지원서... 도대체 무슨 일일까 하면서 하루하루를 답답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된 책이다.

책제목부터가 공감이 갔다.

나도 파산한 거 같이 막막했는데, 이 작가도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궁금중에 책을 들었다.  

 

책을 요약하자면, 저자의 파산에서 회생까지 약 1000일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힘든 시절을 지내면서, 저자는 문학과 음악을 다시 찾게 되었고, 그 가운데에서 힘을 얻었다. 가까스로 파산 절차가 마무리된 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서 그동안의 일과, 느낌, 기업회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문학이야기 등을 맛있게 비벼서 책을 내었다. 사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저자가 힘들었을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파산은 커녕 실직을 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어떻게 그 가운데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남길 수 있는 지 그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상위 1%에서 파산으로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린 신세가 된다는 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니...

 

갑자기 경제적인 활동을 못하게 되고, 사회적인 위치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들어서, 벌레로 변한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런 부분이 내게는 정말 공감이 되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아마 내가 지금 실직 상태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공감을 가지진 못했을 것이다.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처지가 내게도 벌레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잘 쓰던 머리와 팔, 다리가 어디로 갔는지...

벌레처럼 어디로 갈지 모르고, 방황하며, 뭔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문학을 맛깔스럽게 현실에 대입할 수 있을까? 감탄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파산 후, 겪게 되는 일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문학 작품을 통해 해설하듯 글을 풀어놓았다.

대부분 안 읽어 본 책들이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 한동안 문학 서적을 본 기억이 없다.

자기계발 서적이나 전공 서적, 기술 서적 등만 봤지, 정작 문학 서적을 읽지는 않았다. 

문학 서적을 읽을 때면, 시간도 별로 없는 데 기술 서적을 먼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압박감을 느꼈었다.

솔직히 내 스스로 일에 쫓기고, 일정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인데, 지나고 보니 별로 도움 되지 않는 압박감이었던 거 같다.

지금이라도 다시 문학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한 내 마음은 저자처럼 나도 문학을 통해서 지금 내 상태를 위로받고 싶은 게 컷다.

 

 

생떽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라는 책 소개이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문학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

오히려 평론가의 추천보다 마음에 와닿는다.

모래알 싶어먹는 까칠까칠한 그 느낌의 소설이라는 소개를 들으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런 느낌이 들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삶의 길을 가다보면, 커다란 구멍을 보게 될 것이다.

뛰어 넘으라.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테니...

40대 중반에 맞이한 실직...

속으로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실직을 하고 나니 너무 느낌이 새롭다.

저자의 말대로 연락하던 지인들도 대부분 연락이 끊긴다.

힘든 상황이 되고 나니 누가 진짜 나를 위하는 이웃인지, 바로 드러난다.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또 힘을 얻었다. 또 문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나처럼 인생의 구멍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힘내길 바란다. 우린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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