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을 쉬고 5월 2일에 출근하였다.

팀장님이 전체 회의를 급하게 소집하시더니 갑자기 발표하셨다.

 ' 슬픈 소식이 있어요. OO O 연구원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속으로 이 말을 듣는데, 왜이리 답답해지지... 

전혀 아쉬워 하지 않는 것 같고, 왜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처리하지.

평소에 보이지 않던 팀장님의 빠른 일처리에 속이 상했다.

지금이 2024년 6월 5일 이니까, 약 1달 전의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막상 그만두려고 하니 마음이 무척 답답했다.

내심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컷던 거 같다. 

내 속에서는 이런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가 나가야 하는 건데?'
 '본인이 다니기 힘들게 계속 상황을 몰아가놓고, 왜 저렇게 이제와서야 친절한 척인데?'
 '사오정(4050대 이른 정년 권고 사직)을 폼 나게 시키려고 몇 년간 이렇게 공을 들인건가??'  

 

사실 나는 일이 싫어서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원망스러워서 그만두는 것도 아니었다.

나이와 연차가 있는데, 내 위치가 점점 줄어들고, 내 업무 영역이 사라져가는 매일매일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감정을 터트려버렸다.

그러고나니 더이상은 모시고 있던 팀장님에 대한 신뢰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다니면서 사는 게 사람 사는 게 아니니... 몇 개월을 더 버티다가 나가게 된 것이다.

shutterstock.com

 

마케팅에서 시작해서, 무역, 해외영업을 거쳐 여기서는 IT개발자로 8년 가까이를 일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더이상 뭘 해야할까? 뭘 하고 싶지? 등등 뭔가 의욕이 사라진 듯 했다.

내가 만약 싱글이었으면, 1년은 쉬면서 지냈을 거 같은 번 아웃(Burn-out)이 왔다.

 

40대 중반의 두 아이들의 아빠, 외벌이...

이 삶의 무게가 유난히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지난 1달간 정말 미치도록 불안하고 괴로웠다.

하지만, 그 시간도 지나간 것 같다.

이제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지난 1달 간 입사 지원서류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고, 지원해보고 했다.

하지만, 단 한 군데에서도 면접 요청이 없었다. 취업은 정말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으로 보면 더욱더 절망하고 불안해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6월달 들어서부터 마음에 힘이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고백하자면, 내 스스로 마음을 챙겨서는 아닌 게 확실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처절하게 난 그냥 ....휴... 내 연약한 모습에 정말 화만 많이 냈던 거 같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 크리스찬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런 상황과 변화가 내 마음대로 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 앞으로의 상황과 변화도 이제 조금씩 하나님께 맡기려고 하는 마음이 되어 가는 거 같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사람의 행복에 돈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돈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는다.

이걸 이번 일들을 통해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오늘의 정리>
- 준비하고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그럴 상황인 사람은 별로 없다. 그 시간은 갑자기 들이닥힌다.
-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우선 마음을 챙기는 게 먼저다.
- 속상하고 억울한 상황에 몰려서 그만두게된 경우 특히 마음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 불안에 삼켜지지 말고, 매일 매일을 기대하자. 기대가 사라지면, 사람은 너무 불행해진다.
- 마지막으로 만약 지금 있는 조직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없다면, 나갈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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