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요즘 아이들 마음 고생의 비밀 - 김현수

푸르맨 2019. 6. 28. 13:04

요즘 아이들 마음 고생의 비밀 - 김현수




저자 소개


김현수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와 의과대학을 모두 서울에서 마쳤다. 의사로서의 첫 근무지인 김천 소년 교도소에서 빈곤과 장애 청소년들의 현실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까지 청소년, 지역사회, 중독, 트라우마, 정신분석 등의 분야에서 사회 정신의학과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다. 

빈곤 가족, 노숙, 인터넷 중독증, 은둔형 외톨이, 가출, 학교폭력, 성폭력 등의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바 있다. 민간 및 정부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활발히 활동했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으로 서울 강서구, 경기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2002년 ‘성장학교 별’을 설립하여 아픔과 어려움이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치유형 대안학교 활동에 지금까지 참여하고 있고, ‘스타칼리지’라는 청년 학교와 더불어 경계인들의 작업공간인 ‘아자라마’를 마련해서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프레네 교육학 및 제도적 교육학을 성장학교 별에서 실천하면서 공교육 교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고, 참여소통 교사연구회의 자문, 그리고 관계를 위한 심리학 교사연구단도 함께하고 있으며 프레네 클럽을 통해 한국의 교사 및 프랑스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2004년 청소년 보호대상을 받았고, 두 번의 복지부 장관 표창과 더불어 14년간의 노숙인 진료로 서울시 자원봉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8년에는 안산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 및 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 운영 등에 따른 공로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환인정신의학 공로상을 받았다. 

현재도 진료 및 상담, 교육과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저서로는『공부 상처』『교사 상처』『중2병의 비밀』『무기력의 비밀』『교실심리』가 있다. 역서로는『우리는 왜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빈곤가족과 일하기』『정신장애로부터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등이 있으며 감수한 책으로『몸은 기억한다』등이 있다.


인상 깊었던 구절


P58. 그런 세월을 만들고 겪어온 조부모와 부모들의 정신구조, 그리고 그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아상은 지금의 아이들과는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세대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도전하고 개척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형 자아, 그리고 현재의 만족에 안주하지 않고 확장하려는 자아, 과로사를 할지언정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자아를 갖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밖에 없었고, 해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목표를 성취해 오면서 ‘하면 된다’라는 정신적 구조를 확립해 왔습니다.
 반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개발된 사회에서 출생하여,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물론 IMF와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경험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들의 과잉보호와 학력에 대한 집착 속에서 많은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났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불황, 저성장, 불완전고용 사회가 도래하고 정치적인 시대 역행으로 사회 발전이 사라지는 위협이 닥쳤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월이 10여 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들은 현시대를 아주 고통스러워하며 만성적 피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P110. 아이는 부모의 종교가 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가 마이클 아이건이 <<독이 든 양분>>이라는 책에서 한 말입니다. 아이가 종교가 되었을 때 부모의 역할은 거룩한 아이를 돌보고 숭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상이 된 아이들은 신처럼 기적을 행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기적을 기다리는 삶을 살면서, 본인의 해결되지 않은 전능감(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아동기에 소망했던 마법적인 능력)까지 동원해야 합니다. 부모들은 모든 것을 자녀라는 제단에 바치면서 살아갑니다. 누군가가 아이를 건드리는 것은 종교를, 제단을 농락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일처럼 여깁니다.

P174. 독서가 주는 가장 큰 힘은 생각하는 힘입니다. 독서 자체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이 옮겨진 글을 읽는 것이기에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음미하는, 즉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반사하기 전에 회의하고 반응하기 전에 성찰하는 힘은 독서가 길러주는 힘이었는데, 독서가 사라지니 이런 힘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들 중 하나가 ‘생각 좀 하고 행동해’라는 말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 입니다. 아이들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갖지 못했으니까요. 생각을 던져주는 가장 좋은 방식인 독서가 사라지니, 아이는 생각하는 힘, 특히 타인의 생각을 읽고 들어볼 기회로부터 생겨나는 힘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힘들 것입니다. 정답대로, 순서대로, 일어나는 일이 없는 현실과 자연의 섭리 앞에서 아이들은 속수무책입니다.

P253. 아이들이 자신을 포기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어른들도 아이들을 모두 포기하지는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청개구리 심보지만, 아이들은 포기한 자신에게 다시 누군가 권면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기처럼 포기했다가 다시 일어선, 재기한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너무 전설적인 이야기들 말고, 주변에서 한때 포기해서 아무것도 안 하다가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되찾은 작은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기를 바란답니다.






독서 동기와 배경지식


제목에서부터 확실한 끌림이 있다. 이런 제목을 보고 내용을 궁금해하지 않을 부모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예전부터 있었던 세대차이일 수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IMF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지금의 취업난에 ‘헬조선’, ‘이번 생은 망했네’ 라고 인터넷 댓글을 도배하는 아이(젊은이)들을 공감하기 어렵다. 장기간 지속된 취업난과 마이너스 경제 성장에 대한 기사들은 우리들의 힘을 뺏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IMF 때만큼 극심한 경제 파탄은 아니지 않은가. 왜 그 때처럼 최악도 아닌데, 자포자기하는 젊은 층이 많아지는 걸까. 내가 나이를 먹은 건가? 벌써 소위 ‘젊은 꼰대’가 되어 버린 건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던 찰나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중학생인 큰 조카의 생각을 알기 위해,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내 아들이 마주한 현실을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소감 및 추천이유


반성문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합니다’가 이 책의 서문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많은 사회적 병폐들 또한 우리가 살아왔던 과거들의 결과물이다. 누군가 내게 ‘한국이 애들 키우기 좋은 나라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두 아이를 둔 40대 아빠로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외형적인 환경은 지금이 훨씬 낫다. 초등학교 한 반의 정원도 80년대 60명에서 현재는 20명 남짓으로 바뀌었다. 출산 기피 현상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는 훨씬 많은 혜택들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대학 수도 예전보다 늘었고, 학생들 수는 적어져서 과거보단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졌다. 생활 환경만 봐도 그렇다. 어릴 적에 자주 봤던 서울 시내의 개천(일명 똥천)들은 모두 사라졌다. 시내 어딜 가도 어릴 적에 봤던 시커먼 물에 배설물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가 없다. 시내에 시민공원도 주거지 근처에 골고루 있고, 음식, 편의시설, 교육환경 등 모든 것들이 예전보다 나아졌다. 고등학교 때 학기 중에는 밤 11시까지 야자, 방학 때는 오후 3시까지 보충수업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선생님한테 매를 맞고, 따귀를 맞기도 했다. 당시에는 선생님에 대해선 어떤 반항도 용납되지 않았다. 당시엔 졸업식 때 선생님들한테 복수(?)할 생각만 하며 꾹 참았던 거 같다. 이에 비해 요즘은 아이들이 무서워 선생님들이 조심하는 형태로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의 뒤에 있는 무서운 부모들이겠지만. 학교에선 구타가 사라졌다. 비슷한 시점에 선생님으로 받는 진심 어린 애정도 사라졌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도 사라졌다. 이제는 스승과 제자가 아닌 계약 관계로서의 선생과 학생만 남았다. 


이 책은 나 같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힘들었던 또는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환경에서 자라나 현재의 풍요로움을 대단하게 여기는 어른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아이(젊은이)들은 대체로 풍요로움이 넘치는 사회 속에서 태어났다. 이미 날 때부터 풍요로운 게 당연한 거였다. 한 반에 20명인 게 당연하고, 아이는 낳지 않거나 1~2명만 낫는 게 당연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험한 말하면 파면 당하는 게 당연한 시대에 태어났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있던 것들을 어른이 되면서 뺏겨가고 있는 데 힘들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거보다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자녀에게 더욱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망이 우리의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았다. 주변의 많은 부모들이 ‘공교육 만으로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다. 결국 사교육을 비판하는 많은 부모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아이들은 사교육 경쟁의 회오리로 몰아가는 셈이다. 사교육을 받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졌다. 이제는 3살부터 영어 학습지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한 둘이 아니다. 실제로 부모들은 사립 초등학교, 국제 중고등학교를 보내지 않으면, 사회적 성공(재물과 명예)를 성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권층을 위한 교육이 따로 생겼다. 이른바 ‘상류 사회’가 우리나라에도 공공연하게 생겼다. 요즘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건 이미 올라갈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도 할 수 없는 무력감. 하고 싶은 걸 찾아가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혼돈, 누구 하나 도움을 주지 않는 사회, 입시를 통해 일류 대학에 가는 것만을 성공으로 보여주는 부모세대, 따라갈 뒷모습이 없는 현재의 아이들이다. 


나도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내 뒷모습이 중요함을 몰랐다. 아이가 내 뒤를 따라올 수 있도록 멋있는 뒷모습을 남겨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고민을 책으로 읽으면서, 내 스스로 이 아이들이 따라오고 싶은 뒷모습을 보이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전에 만났던 10년 아래 동생이 떠올랐다. ‘난 전철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만 보면, 어른이 되기 싫다고. 어른이 다 밉고 괴롭히고 때려주고 싶다.’ 30대인 그 동생은 아직도 윗 세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종종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살기 힘들어진 건 각자의 뒷모습에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살아서이다. 요즘 아이들의 고민들도 우리의 안 좋았던 뒷모습들이 뭉쳐서 나온 결과물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들의 고민이 뭔지도 알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대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힘들다고 계속하면 계속 받아주기만 해야 하는 건지, 다 읽고 나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듣고 싶은 실질적인 조언들이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요즘 아이들의 고민의 원천에 대한 통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좀더 뒷모습에 신경 쓰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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