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도서리뷰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푸르맨 2019. 3. 8. 20:22

 

저자 소개 - 정약용

 

조선 말기의 실학자. 정조 때의 문신이며, 정치가이자 철학자, 공학자이다. 본관은 나주, 자는 미용(美庸), 호는 사암·탁옹·태수·자하도인(紫霞道人)·철마산인(鐵馬山人)·다산(茶山), 당호는 여유(與猶)이며, 천주교 교명은 요안, 시호는 문도(文度)이다. 

1776년 정조 즉위 호조좌랑에 임명된 아버지를 따라 상경, 이듬해 이익의 유고를 얻어 보고 그 학문에 감동받았다. 1783년 회시에 합격, 경의진사가 되었고, 1789년 식년문과에 갑과로 급제하고 가주서를 거쳐 검열이 되었으나, 가톨릭 교인이라 하여 탄핵을 받고 해미에 유배되었다. 10일 만에 풀려나와 지평으로 등용되고 1792년 수찬으로 있으면서 서양식 축성법을 기초로 한 성제(城制)와 기중가설(起重架說)을 지어 올려 축조 중인 수원성 수축에 기여하였다. 

1794년 경기도 암행어사로 나가 연천현감 서용보를 파직시키는 등 크게 활약하였고, 1799년 병조참의가 되었으나 다시 모함을 받아 사직하였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 1801년 신유교난 때 장기에 유배, 뒤에 황사영 백서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이배되었다. 

다산 기슭에 있는 윤박의 산정을 중심으로 유배에서 풀려날 때까지 18년간 학문에 몰두, 정치기구의 전면적 개혁과 지방행정의 쇄신, 농민의 토지균점과 노동력에 의거한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기 등을 주장하였다.

 

책 소감

 

정약용 선생이 18년 유배 생활 동안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다산연구소 이사장이신 박석무 선생님이 깊은 애정을 가지고 현대어로 옮겨주셔서 인지 읽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정약용 선생이 남이 아닌 가족들에게 쓴 편지들이기에 솔직한 정약용 선생의 마음이 담겨 있어 마치 옆에서 정약용 선생이 조언을 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들들의 더딘 학업 성취와 미지근한 학구열을 질타하는 글에선 마치 내가 혼나는 거 같기도 했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근본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하고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당부하는 건 말조심하는 일이다.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을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처럼 되는 것이니 너희는 정말로 조심하여라.”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당시 폐족으로 더 이상 출세의 희망이 없는 아들들을 질타하며 ‘이제서야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으니 학업에 매진하라고 독려하는 아버지의 모습, 행여 말 때문에 큰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선비같지 않은 삶을 살까 염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유교적인 도덕적 기준을 강조함과 동시에 실제 사회 제도 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질타하는 글귀를 보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이런 때 죽 한그릇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허름한 집 한채 살 돈을 대주는 것보다 낫다.”

 

이웃을 돕는 데 있어 뭔가 큰 돈이나 대단한 걸 하지 못할 바에야 도움을 주는 게 부끄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질타하는 가르침이다. 나도 어려웠을 때, 남들에게 큰 도움을 바라지 않았다. 따뜻한 말 한마디, 점심 한 끼 사주는 사람이 정말 고마웠다. 힘들 때 간간히 연락을 해주며 챙겨주고, 또 어떤 누나는 생활비로 쓰라고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런 도움들이 모여서 지금 내가 다시 일어나서 일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의 이 가르침에 고개가 연신 끄덕여졌다.

 

책 평가와 추천 이유

 

개인적으로 정약용 선생이 우리나라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문신이며, 정치가이자, 철학자, 공학자였던 정약용 선생을 존경한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평생을 공부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할 만한 지식이 담긴 책을 후세에 남기려고 노력하셨다. 18년 유배생활이면, 당시로서는 이미 끝난 인생이라고 생각할 만한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셨다. 

 이 책은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들과 좋아하는 둘째 형님 및 가족들에게 썼던 편지들을 모았다. 옮긴 이이신 박석무 선생님이 애정을 가지고 현대말로 옮겨주셔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편지의 내용을 읽으면서, 정약용 선생의 철학과 가치관,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공부의 근본은 출세에 대한 욕심이 아닌, 사람됨이다’라는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하다. 

 

인상 깊었던 구절

 

P36.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39. 너야말로 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난 것이다. 지난번에 말했듯이 가문이 망해버린 것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처지가 되었다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

 

P39.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며, 학문에 뜻을 둔다고 했을 때는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오직 효제가 그것이다. 반드시 먼저 효제를 힘써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해야 하고,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 학문이 이미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지면 특별히 순서에 따른 독서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괜찮다.

 

P49. 한마디 거짓말하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가 되는 것으로 여겨야 하니 이것이 성의공부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목임을 명심하거라.

 

P55.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고,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으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기지 않은 시는 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P69.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근본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하고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80. 주자가 말하길 “화합하여 잘 지내는 것은 집안을 질서있게 하는 근본이요,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따지는 것은 집안을 지켜나가는 근본이다”했으니,…

 

P107. 책도 책이려니와 과거를 통해 관리를 뽑는 그런 잘못된 제도가 없어 제대로 학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그 학문이 우리나라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P127. 이런 때 죽 한그릇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허름한 집 한채 살 돈을 대주는 것보다 낫다.

 

P143. 자기 몸을 엄정하게 닦아놓았다면 그가 사귀는 벗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이어서 같은 기질로써 인생의 목표가 비슷하게 되어 친구 고르는 일에 특별히 힘쓰지 않아도 된다.

 

P143. 천륜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되고 믿을 수도 없다. 비록 충성스럽고 인정있고 부지런하고 민첩하고 온 정성을 다하여 나를 섬겨주더라도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끝내는 은혜를 배반하고 의를 잊어먹고 아침에는 따뜻이 대해주다가도 저녁에는 차갑게 변하고 만다. 

 

P144. 대개 온 세상에서 깊은 은혜와 두터운 의리는 부모형제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부모형제를 그처럼 가볍게 버리는 사람이 벗들에게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이치다….사람을 알아보려면 먼저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P145. 임금을 섬기는 데는 임금의 존경을 받아야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P167.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아 없어질 수밖에 없지만,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시혜하는 것보다 더 좋을 게 없다….꽉 쥐면 쥘수록 더욱 미끄러운 게 재물이니 재물이야말로 메기 같은 물고기라고나 할까?

 

P170. 거듭 당부하는 건 말조심하는 일이다.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을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처럼 되는 것이니 너희는 정말로 조심하여라. 

 

P171. 근검 두 글자를 유산으로…

 

P229. 고요히 앉아 마음을 맑게 하고자 하다 보면 세간의 잡념이 천갈래 만갈래로 어지럽게 일어나 무엇 하나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마음공부로는 저술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P297. 무릇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자는 하루도 수령의 지위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상관이 언제나 나를 휙 날아가버릴 새처럼 생각한다면 내가 요구하는 것을 감히 듣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나에게 무례함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P300. 매양 보면 가장 어리석은 이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태연히 평소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오로지 서명만 근엄하게 하지만, 노회한 간인은 헤아리는 데 익숙하여 귀신같이 허실과 명암을 알아차린다는 것을 모르니, 장차 무슨 도움이 되리요.

 

P301. 자기에게 재물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P306.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는 죽어도 된다”는 교훈은 참으로 큰 용기가 없으면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이가 40,50이 된 사람은 도리어 할 수 있다. 혹 고요한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초연히 도를 향하는 마음이 생겨나거든 이 기회에 더 확충하여 용감히 나아가고 곧게 전진할 것이지, 노쇠하다고 주저앉는 것은 옳지 않다.

 

P309.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뜻을 깨달았으면 깨달은 바를 수시로 기록해두어야만 바야흐로 실제 소득을 얻게 된다.

 

P327. 맹자는 자신의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고 하면서, 여기서 기란 의와 도를 배합한 것이니…그렇지만 세상사람들은 언제나 바삐바삐 서두르면서 살아간다네. 닭이 울면 일어나 부지런히 힘쓰면서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소체를 기르는 데 있을 뿐, 맹자께서 말한 기를 기르는 것은 하찮게 여기고 힘쓰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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