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도서 리뷰 - 순자

푸르맨 2019. 2. 6. 22:53

 

 

저자 소개 - 순자 (荀子, BC 323? ~ BC 248?)

 

성은 순(荀)이고, 이름은 황(況), 공자의 유학을 뒤이어 발전시킨 사상가로 맹자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조나라에서 태어나 일찍이 공부를 시작하여 어려서 수재로 이름이 났었다.

장년이 되자 많은 학자들이 모여 있는 제나라 직하로 가서 학술계의 우두머리 격이 되어 존경받는 좨주 벼슬을 하고 대부가 되었다. 뒤에 어떤 자의 모함으로 제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갔는데 재상인 춘신군이 그를 난릉의 수령으로 임명하였다. 춘신군이 암살당하자 벼슬 자리에서 물러나 저술에 전념하여 여성을 보내고 난릉에 묻혔다.

저서로는 <<순자>> 20권 32편 이외에 <<한서>> 예문지에는 <<손경부>> 10편이 있다 하였다.

 

목차

 

제1권

제1편 학문을 권함(勸學)

제2편 자기 몸 닦는 법(修身)

 

제2권

제3편 구차한 짓을 하지 말라(不苟)

제4편 영예와 치욕(榮辱)

 

제3권

제5편 관상은 정확하지 않다(非相)

제6편 12명의 학자를 비판함(非十二子)

제7편 공자의 가르침(仲尼)

 

제4권

제8편 유학의 효험(儒效)

 

제5권

제9편 올바른 정치 제도(王制)

 

제6권

제10편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법(富國)

 

제7권

제11편 왕도와 패도(王覇)

 

제8권

제12편 임금의 도리(君道)

 

제9권

제13편 신하의 도리(臣道)

제14편 훌륭한 선비를 끌어들이는 법(致士)

 

제10권

제15편 군사를 논함(議兵)

 

제11권

제16편 나라를 강하게 하는 법(彊國)

제17편 하늘에 대하여 논함(天論)

 

제12권

제18편 올바른 이론(正論)

 

제13권

제19편 예의에 대하여 논함(禮論)

 

제14권

제20편 음악에 대하여 논함(樂論)

 

제15권

제21편 가려진 마음은 열어야 한다(解蔽)

 

제16권

제22편 올바른 명칭(正名)

 

제17권

제23편 사람의 본성은 악함(性惡)

제24편 훌륭한 군자(君子)

 

제18권

제25편 상(相) 가락의 노래(成相)

제26편 부(賦)로 노래함(賦)

 

제19권

제27편 위대한 학문의 개략(大略)

 

제20권

제28편 평상시의 교훈(宥坐)

제29편 자식의 올바른 도리(子道)

제30편 법도에 맞는 행동(法行)

제31편 공자와 애공의 문답(哀公)

제32편 요임금과 순임금의 대화(堯問)

 

독서 동기와 배경지식

학창시절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반면,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으며 악한 인간의 본성을 교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배웠다. 사회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거나 속상한 일을 당하시면, ‘그럼 그렇지, 성악설이 맞다니까.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 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걸 종종 듣곤 했다. 성악설 외에는 별로 내게 있어서 순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순자>> 책을 손에 잡았을 때, 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 때문에 놀랐다. <<논어>>, <<맹자>> 에서 이미 유교 사상에 대한 부분이 많이 정리가 되어있을 텐데 단순히 성악설이라는 관점의 차이가 이정도 두께의 사상서 내용을 채울 수 있는 걸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순자는 유교 계승자이기는 하지만, 정통 유교학자들에게는 이단자 같은 취급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성리학이 통치 이념으로 확립되었던 조선시대의 경우 성악설에 대한 반감으로 <<순자>>는 금기 서적이었다. <<순자>>는 성악설뿐 아니라 <<맹자>>나 <<논어>>와는 다르게 여러 학파의 사상이 혼재되어 있다. 순자는 전국시대에 퍼져있는 다른 학파를 비판하기 위해 그들의 사상을 널리 공부하였고, 그러는 도중에 다른 학파의 현실적인 사상들이 순자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혹자는 <<순자>>를 동양 고대 철학을 집대성한 서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책 요약 및 책 소감

 순자의 철학은 ‘하늘’이란 말로 표현되는 그의 독특한 자연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정통적인 유가 사상에서는 하늘이 사람들의 도덕적인 권위의 기초로서 인식되었다. 하늘은 사람 위에서 자연과 함께 이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섭리였다. 하지만,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분리시켰다. 순자에게 있어 ‘하늘 = 자연’은 어떤 의지가 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어떤 원리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천둥 번개가 치거나 월식, 혜성과 같은 이상한 기후 현상을 보고 당시 만연했던 생각들처럼 흉한 징조 등으로 여기기 보다는 ‘드물긴 하지만 자연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이라고 여겼다. 이 부분이 순자 사상이 다른 동양 고대 철학 사상과의 큰 차이점이다.

 

 순자의 사상은 곳곳에 극도로 인본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순자에 의하면 하늘의 도는 하늘에만 통용되는 것이고 사람의 도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미신적인 마음이나 생각들을 타파하고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스리는 역할을 강조했다.

 

“하늘에는 그의 철에 따른 변화가 있고, 땅에는 여러 가지 생산물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그 다스림이 있다. 이것을 두고서 하늘과 땅의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 한다. 사람으로서 참여하는 일은 버리고 참여하는 대상만 알기를 바란다면 미혹된 일이다. ([하늘에 대하여 논함], P24)”

 

그렇다고 순자가 하늘이나 땅, 조상에 대한 숭배심을 모두 부정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나 조상을 숭배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임금이나 군주를 존경하듯이 하늘과 땅도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이므로 섬겨야 한다고 했다. 즉, 권위와 존재에 대한 신앙 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해준 부분에 대한 존경과 예를 중시했다. 분명한 차이점은 사람 존재 자체의 우월함을 인식하고, 사람 중심의 철학을 펼쳐나간 점이다.

 

“물과 불은 기운은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고, 새와 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의로움이 없다. 사람에게는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의로움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다” ([올바른 정치 제도, P26])

 

“순자의 성악설” 또한 이러한 인본주의적인 입장에서 파생된 논리이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에게는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의로움도 있어 천하에게 가장 존귀하다’라고 주장한 순자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하다’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부정적 주장하는 게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순자의 성악설은 순자가 왜 성악설을 주장했는지 그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순자가 악하다고 한 인간의 본성에는 사람의 욕망 작용만 포함되고 사고 작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순자가 성악설은 누구나 능력을 개발하고 교화를 시키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고 누구라도 군자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순자의 사상의 시작점이 된다. 순자의 성악설을 쉽게 풀어 말하면, 교육받지 못하고 스스로 학습하고 예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이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욕망 때문에 서로 다투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맹자의 성선설과 큰 차이점을 볼 수 없다.

 

성악설은 성선설과 비교해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보편적인 사람들도 교육과 학습, 노력을 통해 군자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보편적 실천주의 사상에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공자의 ‘군자’와 맹자의 ‘왕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늘이 선택하거나 지정해준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를 순자는 누구나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길거리의 사람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고, 소인이라도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사람의 본성은 악함],P28)

 

 순자의 성악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보면, ‘예’의 강조에 도달한다. 사람에게는 본래 욕망이라는 악한 본성이 있어 그대로 버려 두면 큰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가 필요함을 강조 했다. ‘예’란 개인 행동의 규범이자 사회 질서의 기본이었다. 순자는 좀더 구체적으로 ‘분수에 맞는 행동과 태도’가 예라고 규정하였다. 당시 시대에 중요했던 사회적 계급 질서를 지키는 것,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 귀하고 천한 사람, 또는 어른과 아이의 분별을 올바르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 속에서의 위치와 그 신분에 합당한 욕망의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각자의 자리에서 만족감을 얻는 생활을 중시했고, 이럴 때 사회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유지된다고 했다.

 

 순자의 사상을 한마디로 ‘인본주의에 근거한 실천적 유교 사상’이라고 요약된다. 사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사상을 근본으로 사람을 더욱 귀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 중 어떻게 하면 욕망의 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것에 대한 답을 정신적이나 관념적인 부분에서보다는 실천적인 교육, 교화, 학습에서 찾았고, 더 나아가 ‘예’를 통한 조화롭고 평화로운 인간 사회의 완성을 추구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도 정치 및 경제 활동에서도 ‘군자’나 ‘성인’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와 경제 정책을 추구하였다. 순자가 자신의 사상을 전파했던 춘추 전국시대이자 제자 백가의 시대에서는 모든 지도층들은 어떻게 하면 패권을 가질 수 있는 지에 관심을 가졌다. 반면, 백성들은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유교가 동양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학파와는 다르게 인간의 본성과 정신, 마음의 변화에서 시작되어 사회와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순자의 사상은 하늘에서 선택 받은 지도층 중심 사상과 다르게 인본주의에 근거하여 당시 사회의 틀이었던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개개인의 소양을 키울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때문에 순자의 사상이 동양 고대 철학의 집대성이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같은 유가의 학자들에게도 이단시 되었으며 ‘왕은 하늘과 같다’라는 성리학이 바탕이었던 조선에서는 금기시되기도 했다.

 

책 평가 및 추천 이유

 

순자의 사상은 여러모로 현재 시대에도 적용할 부분이 많게 느껴진다. 순자가 자신의 사상을 내세웠던 당시 상황과 지금은 사실 비슷한 면이 많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층은 어떻게 하면 권력을 강화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까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국민들은 좀더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꿈꾸고 있다. 시대가 몇 번이 바뀌어도 아마 인간의 이런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순자의 사상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해야 서로 만족을 하며 살 수 있는 지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통한 개인의 발전’과 ‘사회에서의 서로 간의 위치와 역할 규정’,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게 우선이고, 세금을 적게 걷는 게 정치’라는 핵심 이론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게 우선이 아니라, 이미 걷힌 세금이 국민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게 올바르게 사용되는 지가 우선이 되는 게 순서이다. 순자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비슷한 부분을 경험하며 조언을 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바로 알고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을 해서 ‘선비’, ‘군자’, ‘성인’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그 사회는 더욱더 살기 좋게 될 것이다.

 

다만, 순자의 사상이 지극히 인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람이 귀하다’는 부분은 공감이 가지만, ‘사람이 하늘을 다스려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기술의 과도한 발전의 폐해가 떠올랐다. 결국 사람이 최고라는 근본적인 생각 위에서 사상이 발전되고 기술이 발전된다면, 인간의 욕망의 작용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이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욕망의 작용이고 어디서부터가 사회를 이롭게 하는 학문인지에 대한 구분은 순자의 사상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최악의 과학 기술로 종종 언급되는 핵폭탄 기술도 처음에는 극도의 고효율 에너지원에 대한 탐구였고, 자국의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이었다. 처음 개발했던 나라의 입장에서라면 이건 분명히 ‘예’에 적합하였다. 하지만, 전 인류로 봐서는 차라리 개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기술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자의 사상에서와 같이 과도한 인본주의 사상에 근거할 경우, 판단 기준이 사람이 되고, 특정 사회가 된다. 상대적인 기준에 의한 부분적 순자 사상의 적용이 된다면, 순자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인간의 욕망 작용이 합법적이면서도 좋은 명분으로 사회에 뿌리내릴 것 같아 그 부분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393 Page까지만 읽어서 끝까지 다 읽으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순자>>는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하지만, 양에 놀라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큰 손해이다. <<순자>>의 내용은 다른 동양 철학의 책들보다 이성적이고 실천적으로 느껴진다. 당시 다른 사상들을 비판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순자의 사상에는 법가, 제가 등 다른 사상들의 좋은 점을 차용한 부분이 보인다. 학창 시절부터 ‘성악설 = 순자’라는 공식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순자>>를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인상 깊었던 구절

P101. 군자가 마음을 수양하는 데는 정성보다 더 좋을 것이 없다.

 

P114. 깨끗한데도 사람들이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P223.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라 불리고, 그것에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위로는 성인이 되고 아래로는 선비와 군자가 되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는가?

 

P288. 여럿이 모여 살면서도 신분의 분별이 없다면 다투게 될 것이고, 다투면 혼란해지고, 혼란하면 서로 떨어져 나가고, 떨어져 나가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만물을 이겨낼 수가 없다.

 

P346. 임금이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을 반드시 먼저 바르게 닦고 나서 서서히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일들을 문책하는 것이 형벌을 가하는 것보다는 더 위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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