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0일이 걸렸다.

처음 회사를 나왔을 때는 어리둥절 했다. 

'왜 내가 지금 나가야 하는거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까지 일이 진행된거지?'

생각해보면, 사내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나오게 된 게 맞다.

특히 팀장의 히스테릭에 못 견뎠던 것도 맞고, 그 히스테릭의 화살이 사내 정치들에 의해 나에게 쏠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많이 다쳐서 회사를 나오면서도 회사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었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가 않았었다. 왜 내가 지금 그만두어야 하는건지... 

 

 

회사를 나온 후 100일동안 열심히 입사지원을 하면서도 몇차례 면접을 보면서...

내 속에 있었던 기준은 이전 회사를 그만 둔 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회사를 찾는 것이었다.

새로운 회사가 내겐 답이었고, 방향이었으며, 목표였다.

 

 

100여 군데 지원을 하고, 수없이 낙방을 하면서... 회의가 밀려왔다.

아니, 절망이 밀려왔다.

그동안 일해온 것들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더이상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없는 건 아닐까 하고 겁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 관련 업무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서 옅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경력직으로 가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 가졌었던 자신감은 온데 간데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하는 것 같고, 준비되어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뒤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두려웠다.

40대 중반에 회사를 나왔고, 다시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려고 한다.

'나는 왜 회사에 다시 다니려고 할까?'

당연히 생계를 위해서이다. 두말할 필요 없다. 

어릴 적처럼 커리어를 위해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다닌다는 생각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그 회사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의 난이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적응하게 되어 있고,

사람들도 대부분 거기서 거기이다. 물론 이전 회사가 조금 특수한 사람들이 있긴 했다...T.T

 

굳이 생계를 위해서 회사를 다녀야 하나?

회사가 아닌 다른 길은 없나? 꼭 같은 직종이어야 하나? 

사업은 겁이 나지만, 다른 게 또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100일간 찾고 부딪치고 있다. 

처음엔 에어컨 설치, 코딩학원 가맹점 오픈, 화물차, 버스 운전, 스마트스토어 등 여러가지를 알아봤다.

경험해보고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러다가 이도저도 안 될까 두렵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회사와 집 밖에 몰랐던 것이 이렇게 큰 리스크로 다가오다니... 답답하다.

회사 이직을 준비하려면, 프로그래밍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기술 공부를 그동안 게을리 하고, 멀리했었는데 이 부분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순서를 정해보기로 했다. 

본업을 바꾸는 건 왠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정말 두려운 일이다.

따라서, 본업은 가능한 동종업계로 갔으면 좋겠고,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이 시간에 연습해보는 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스마트스토어, 전자책,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등등이다. 

보이는 걸 믿는 게 아니고, 믿는 대로 보인다고 했던가.

그동안 내가 보았던 것은 40대 중반 이후에 이직은 힘들 수 있다였다. 새롭게 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남들이 모두 힘들다고 해도 내가 믿는 건 아직은 나를 원하는 회사가 1군데는 있지 않을까 이다.

그리고, 회사에 너무 목 매지 말자. 회사는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고, 내 가족의 목표가 아니다. 다만, 현재를 살게 해주는 고마운 수단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여러 수단 중의 하나가 회사이다. 

다만, 내게 가장 익숙한 수단이기에 자꾸 회사를 찾는 것 같다.

들어가면 또 힘들어할 거 같은데도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고 싶어하는 이 모순이 나를 힘들 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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