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도서 리뷰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푸르맨 2019. 2. 19. 09:27

 

저자 소개 -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리스(BC 384년 ~ BC 322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학문 전반에 걸친 백과전서적 학자로서 과학 제 부문의 기초를 쌓고 논리학을 창건하기도 하였다. 트라키아의 스타게이로스에서 출생하여 플라톤의 학교에서 수학하고, 왕자 시절의 알렉산더 대왕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그의 연구는 존재와 그 구성ㆍ원인ㆍ기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론학, 이것에는 제1철학, 수학, 자연학이 포함되고, 인간의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학, 여기에는 윤리학, 경제학, 정치학이 포함되며, 창조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작술(製作術), 여기에는 시(詩) 등 예술 활동이 포함된다.

 

번역, 해설 : 박정자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제1권을 『성은 억압되었는가?』(1979)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한국에 푸코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 후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등 푸코의 저서들과 전기를 번역하여 한국 지성 사회에 푸코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앎-권력이라는 용어를 정착시켰고, ‘권력’이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가하는 모든 힘의 행사를 의미한다는 푸코적 개념을 널리 알렸다.

 『현대세계의 일상성』,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등의 번역서가 있고, 저서로는 『빈센트의 구두』,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시선은 권력이다』,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 조각』,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이것은 Apple이 아니다』, 『잉여의 미학』 등이 있다.

 이화여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사르트르의 비현실 미학으로의 회귀: 『집안의 백치』를 중심으로」.

 상명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대학원에서의 강의록과 동아일보 칼럼을 모아 놓은 사이트 http://cjpark.pe.kr 이 있다.

 

목차

 

(서문) 막장드라마와 아리스토텔레스

‘깨달음’의 두 의미

「피에타」

오이디푸스와 출생의 비밀

한국의 막장드라마

아리스토텔레스인줄도 모르고 아리스토텔레스를 소비해 온 한국의 시청자들

 

(역자 해설)『시학』의 더 나은 이해를 위한 9개의 주제별 해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

art에 대하여

『시학』과 미메시스

「올드보이」, 「글레디에이터」 그리고 하마시아

주인공의 미화와 과장

카타르시스와 소격이론

「죽은 시인의 사회」와 처음, 중간, 끝

『안티고네』와 파토스

 

1) 파토스와 에토스의 현대적 의미

2) 아리스토텔레스의 파토스와 에토스

3) 헤겔의 ‘파토스’

4) 『안티고네』

5) 헤겔의 파토스는 합리성이며 자유의지

6) 파토스의 다면성

7) 정념이란 단어의 고고학적 의미

프레임에 대한 한 고찰

 

핵심 용어들의 그리스어와 영어

 

(본문)

제1장 모방의 수단에 따라 나뉘는 예술 장르

제2장 비극은 보통보다 잘난 사람, 희극은 보통보다 못난 사람을 그리는 것

제3장 코미디의 기원

제4장 모방과 깨달음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

제5장 비극은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뤄야 한다

제6장 카타르시스, 반전, 깨달음

제7장 처음, 중간, 끝 그리고 적당한 크기

제8장 단일한 줄거리, 탄탄한 구조

제9장 개연성, 필연성, 두려움, 연민

제10장 단순한 플롯, 복합적 플롯

제11장 깨달음은 무지에서 앎으로의 전환, 플롯의 세 번째 요소는 고통의 장면

제12장 프롤로그, 에피소드, 퇴장

제13장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주인공

제14장 비극적 사건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제15장 인물의 정형화

제16장 깨달음의 여러 수법들

제17장 핵심적 플롯과 에피소드

제18장 플롯의 얽힘과 풀림

제19장 고대의 화용론(話用論)?

제20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언어학의 아버지!

제21장 은유(메타포)와 유비(아날로지)

- ‘노년기는 인생의 황혼’은 아날로지

제22장 어법의 종류

제23장 시와 역사의 차이 - 단일한 줄거리: 단일한 시기

제24장 잘못된 추론

제25장 어떤 일이 개연성에 반하여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개연성이다

제26장 비극은 최고의 예술

 

독서 동기와 배경 지식

 

 많은 작가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스토리 만들기의 근본이 되는 이론서로 꼽는다고 한다. 철학자로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스토리’에 어떤 부분을 강조하였는지 관심이 갔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의 공통적인 줄기가 <<시학>>에 근거한 거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최근에 읽은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예로 들어봐도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에는 분명 이야기일 뿐임은 알고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 이야기 속에 잠시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시학>>을 통해 그런 매력이 어떻게 이야기에 생기는 지 알아보고 싶다..

 

책 요약 내용

 

 <<시학>>은 말 그대로 시 제작 이론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에는 서정시, 서사시, 비극, 드라마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당시에는 문학 장르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시에 대한 이론이 모든 문학에 해당되는 이론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모방을 통해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고 하였으며, 모방의 행위를 모든 예술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원리로 여겼다. 도구만 다를 뿐 모든 예술은 모방, 즉 재현이라고 했다.

 

 <<시학>>은 비극론만 전해져 내려온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 불행은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해 생겨난다. 이야기 구조에 따라 <<시학>>에서는 비극을 복합적 비극, 파토스적 비극, 에토스적 비극, 단순한 비극으로 나눈다. 복합적 비극과 단순한 비극은 문자 그대로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거나 단순한 비극을 말한다. 선뜻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파토스적 비극’과 ‘에토스적 비극’이다. ‘파토스’와 ‘에토스’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수사학에서 찾은 정의에 따르면, ‘에토스’는 저자나 연사의 신뢰성, 믿을만함을 의미하고 ‘파토스’는 독자 혹은 청중의 감정에 호소함을 의미한다. ‘에토스’는 ‘믿을만한 근거를 기반한 신뢰에 대한 호소’인 반면, ‘파토스’는 상상의 통해 독자나 청중들의 ‘감정적 측면’을 끌어내는 호소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파토스’와 ‘에토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독자나 청중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신뢰성 있는 있을 법한 이야기(개연성이 있는)이면서도 독자나 청중의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학>>은 ‘에토스’와 ‘파토스’의 조화를 중심으로 시나 소설 등 예술작품을 저작할 때 점검해야 하는 주요 포인트들을 말해준다.  

 

책 소감

 

 대학 시절 마케팅 공부를 할 때 알 리스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라는 책을 보았다. 200여 쪽의 짧은 책에 22가지의 마케팅 법칙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또 현업에서 업무를 하면서 관련된 많은 책을 보았지만, 대부분의 책들에서 소개한 핵심원리가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말한 22가지 법칙을 벗어나질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으면서 예전에 내가 읽었던 <<마케팅 불변의 법칙>>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쓸 때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하고 핵심적인 틀이 담겨 있다.

 

‘비극은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뤄야 한다

‘깨달음은 무지에서 앎으로의 전환, 플롯의 세 번째 요소는 고통의 장면’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주인공’

‘비극적 사건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어떤 이야기를 쓰더라도 스토리 진행이 막히거나 뭔가 청중이나 독자에게 감정적인 충격이 주고 싶을 때, <<시학>>에서 언급한 비극의 원리들을 다시 들춰보아야 할 것 같다. 원리 제시와 짧은 설명 때문에 읽고 나도 당장 어떻게 내가 쓰는 글에 적용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시된 원리들 모두가 하나의 글 안에서 조화롭게 얽혀있다면, 분명 좋은 글이라는 확신이 든다. <<시학>>에서 언급한 모든 원리들은 ‘에토스’(글의 신뢰성과 개연성)와 ‘파토스’(감정에의 호소)라는 큰 줄기에서 파생된 만큼 글을 쓸 때, ‘에토스’와 ‘파토스’에 대한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책 평가와 추천 이유

 

 200 쪽이 채 안 되는 책에 글 쓰는 핵심 원리가 들어 있다면 그 책은 분명 읽어야 하는 책이다. 게다가 작가가 유명한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라니. 그럼에도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이 꺼려진다면, 그런 고민은 내려놓아도 된다. 박정자 작가님이 가능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서문에 <<시학>>을 볼 때 중요한 포인트인 ‘에토스’와 ‘파토스’를 잘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분량 때문에 해설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좀더 <<시학>>을 현대 소설들과 연결하여 그 원리들을 설명해주었으면 독자로서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소설 및 시나리오 작법들을 공부한다면 각각의 원리들이 연결될 것 같은 확신이 든다.

 

인상 깊었던 구절

 

P22. 인간이란 원래 모방적 존재이고, 인간에게는 현실을 재현하거나 반영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으며, 모방을 통해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P23. ‘모방’(imitation)과 ‘재현’(representation)과 동의어이다. ‘모방’을 ‘재현’으로 바꾸면 우리는 한 걸음 더 현대 미학에 성큼 다가오게 된다.

 

P23.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비극론이다.

 

P24. 플롯이란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조합이고, 스토리 안에 사건들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P25.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은 ‘보편성’이며 ‘역사’는 ‘특수성’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P26.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 비극적인 불행은 순간적인 판단착오 때문이다. 이 순간적 판단착오를 그는 하마시아(Harmatia)라고 했다.

 

P29.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는 관객의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는 소재 12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1)죽음 (2)육체에 대한 공격 또는 학대 (3)늙음, 질병 (4)먹을 것이 없음 (5)친구가 없음 (6)추한 외모 (7)나약함 (8)신체장애 (9)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아 낙담 (10)좋은 일이 너무 늦게 일어남 (11)아무런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음 (12)좋은 일이 일어나지만 이미 그것을 즐길 수 없음 등이다.

 

P35. 극단적인 연민과 공포의 감정으로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일으켜 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목적이며 기능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P44. 파토스가 이처럼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감성이나 정서라면, 에토스는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감정을 말할 때 흔히 쓰인다.

 

P67. 사람은 어릴적부터 모방적 행동 성향을 타고난다. … 모든 사람이 모방적 사물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P88. 비극의 경이감은 사건들이 저절로 또는 우연히 일어날 때 보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의 법칙을 따를 때 훨씬 커진다.

 

힘이 되는 공감() 및 댓글 부탁 드립니다.(로그인 없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