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도서리뷰 - <시경>

푸르맨 2019. 2. 9. 03:37

 

저자 소개

 

<<시경>>은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 고대 주나라의 노래 모음집이다. 시기는 대략 기원전 11세기부터 6세기까지 5백여 년에 걸친 작품들이다. <<시경>>은 사랑과 증오, 만남과 이별, 전쟁과 질병 등 인간의 진솔한 삶 그 자체를 담고 있다. 그래서 <<시경>>의 노래들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시경>>은 사회 현실을 풍자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현실주의적 모습을 버리지 않는다. 2천년 전에도 지금의 우리처럼 똑같이 울고 웃었을 그들, 그리고 그들의 구구절절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노래들에 주목하다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전해 오는 인간적 정감을 느낄 수 있다.

 

독서 동기와 배경지식

 

 <<논어>>에서 공자는 <<시경>>을 극찬했다. <<순자>>에서 역시 순자도 <<시경>>의 글을 종종 인용하였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당대 대학자들이 모두 칭송을 아끼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시경>>을 읽으면서 그 분들이 보았던 부분을 최대한 나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컸다.

 

 

책 요약 내용

 

<<시경>>은 모두 305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풍’, ‘소아’, ‘대아’, ‘송’의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국풍’에는 황하와 위수 유억을 중심으로 한 북방의 15개 나라들의 민요들이 실려 있다. ‘소아’와 ‘대아’는 왕조에서 숭상하던 노래들이 실려 있으며, ‘소아’는 잔치 때 쓰여진 음악이고, ‘대아’는 조회 때 쓰던 음악이었다. ‘송’은 제사를 드릴 때 신이나 조상을 송축하는 노래이다. 

 

<<시경>>에 실린 시는 풍, 아, 송, 흥, 비, 부 여섯 가지 시의 분류가 있다. ‘풍, 아, 송’은 시의 내용과 성질을 말하는 것이고, ‘흥, 비, 부’는 시의 체재와 서술방식을 말한다. ‘부’는 어떤 사물을 직접 서술하는 방법이고, ‘비’는 어떤 사물을 비유하여 표현하는 방법이다. ‘흥’은 작자의 주관적 연상을 읊는 방법이다. 주관적인 연상이란 객관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며, 여기서 ‘흥’은 우리가 보통 쓰는 ‘흥이 난다’와 상통한다.

 

<<시경>>의 시들은 일반적으로 매 구 4언으로 정해진 격식이 있으며 ‘반복해서 노래하는(첩영)’의 형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시경>>의 시들은 주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주위의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책 소감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 이후로 ‘시’라는 장르의 책은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도통 이해도 어렵고 시인의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를 전혀 모르는 나도 ‘시’에서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는 종종 감탄을 하곤 한다. 

 

<풀 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 꽃>>이다. 어떻게 길거리에 어디서나 피어있는 풀 꽃을 보고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감탄을 했다. ‘시’는 이렇듯 내가 못 보고 지나가는 수많은 아름다운 일상을 다시금 재조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경>>의 시들은 요즘 시처럼 세련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들이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이 이처럼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고전도 드물 거 같다. 연애할 때는 잘해줬지만 결혼하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 남편을 탓하는 내용, 세금 착취 때문에 힘들어서 지도층을 원망하는 내용,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 보고 싶은 연인과 같이 있지 못해 쌓여가는 외로움, 가족들이 반대하는 사랑을 어쩔 수 없이 거절하는 안타까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이 그대로 실려 있다. 나에겐 이 점이 <<시경>>의 매력 포인트였다.

 

<쥐 , “시경 Page 83”>

보아라 쥐에게도 가죽 있거늘 
사람으로서 체통이 없네 사람으로서 체통이 없으면 
차라리 죽기나 하지 무얼 하는가

보아라 쥐에게도 이빨 있거늘 
사람으로서 행실이 없네 사람으로서 행실 없으면 
차라리 죽기나 하지 무얼 기다리나

보아라 쥐에게도 몸통 있거늘 
사람으로서 예의가 없네 사람으로서 예의 없으면 
어찌하여 빨리 죽지 않는가

 

 쥐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가죽, 이빨, 몸통을 빗대어 사람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체통, 행실, 예의’를 말한 시이다. 읽으면서 속이 시원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차 운전하면서 많이 경험한 사람으로서 있어야 할 ‘체통, 행실, 예의’가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였다.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비유를 들어 ‘시’로 할 수 있는지 감탄했다.

 

<큰 길 , “시경 Page 111”>

큰 길을 따라 나가 그대의 옷소매 부여잡네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옛 정을 빨리 버리지 마세요

큰 길을 따라 나가 그대의 두 손을 부여잡네 
나를 추하다 하지 말아요 정든 사람 빨리 버리지 마세요

 

떠난 연인을 잡지 못한 후회와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표현된 시이다. 20대 때 첫사랑과 헤어질 때의 생각이 났다. 잡지 못해서 한동안 후회하고 날 떠난 그녀가 밉기도 하면서도 나를 잊지 못해 힘들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당시 느꼈던 복잡했던 마음을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시경>>에는 이러한 시들이 많다.  

 

책 추천 이유

 

우리가 보고 있는 <<시경>>은 당시에 수집된 3천 여 개의 노래 들 중에서 간추려진 305편의 노래(시)라고 한다. 어떤 기준에서 당시의 학자들이 간추렸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기록에 남겨야 할 만한 시들만 모아놓은 정수라고 볼 수 있다. <<시경>>을 읽고 나서도 공자나 순자가 왜 그리 극찬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삶에서 느끼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시경>>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세련되진 않지만, ‘매 구 4언’과 ‘첩영(반복해서 노래함)’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솔직한 감정 표현을 <<시경>>의 시들은 꼭 읽어볼 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그 감정들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지 그 표현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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