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도서리뷰 - 깊이에의 강요

푸르맨 2018. 8. 15. 07:34

깊이에의 강요

 

 

느낀 점

 '인정'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사랑의 언어이다. 

하지만, 인정을 남에게서만 바랄 때 나의 삶은 의도치 않게 불행해질 수 있다. 

<깊이에의 강요>는 이런 사실을 한 유망한 여류 작가의 파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한 유망한 여류 작가의 작품전에 대해 한 비평가가 '재능은 있으나, 

그녀의 그림에는 깊이가 없다.'라고 평한다. 

이 평을 본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깊이가 없다고 믿기 시작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삶도 점점 피폐해져 결국 자살을 한다. 

자살 후, 전도유망했던 그녀의 삶을 애석해하며 깊이가 없다고 평했던 평론가는 

말을 바꾸어 '그녀의 작품에선 치열한 깊이에의 강요'를 느꼈었다고 평한다.



 이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 <깊이에의 강요>를 읽으면서 극단적인 파멸을 한 그녀의 나약함을 마냥 뭐라할 수 없었다. 나에게도 있는 모습이 그녀에게서 보였다. 

회사에서나 학교에서 상사가 말한 한마디에 따라 얼마나 기분이 좌우되었던가. 

내 스스로는 내가 잘하고 있는 지 몰라서 나보다 나은 선임자의 평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다. 

하지만, 그런 말 속에서 내 자신의 재능이 부족해서 그러다거나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야라고 하며 길을 옮기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었던 거 같다. 아니면, 그 사람의 모든 의견을 무시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 자신에 대한 믿음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 많을 때, 우리는 삶의 방향타를 내버리는 것과 같다. 

<깊이에의 강요>의 마지막에 평론가가 말을 그럴듯하게 바꾼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생에 대해 평할 순 있지만, 책임도 안 지고 그 말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살면서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부분을 일깨워 주었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승부>은 앞의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인물이 아닌 상황을 빗대어 삶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체스경기를 중심으로 연전연승을 한 베테랑 노인과 무표정하고 용기있는 고수처럼 보이는 젊은이, 그리고 그 주변에 그 젊은이가 베테랑 노인을 이겨주길 바라는 군중들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젊은이가 경기에서 진다. 이 체스경기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마치 우리나라 사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득권층은 노인과 같이 굳건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경쟁에서 밀린 계층은 자신은 못하더라도 기득권층이 바뀌길 내심 바란다. 새로운 청년층이 나타나 저돌적으로 기득권층과 싸워보지만, 결국 결과는 패배이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권력을 쥔 사람들을 당황케하는 사람들은 영웅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뭔가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먼저 사라져 버린다. 예전부터 이런 상황을 많이 봐왔던 거 같고, 그에 대한 고민도 해 보았다. 두번째 에피소드 <승부>를 읽으면서 변화는 혼자서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났다. 영웅 혼자서 드라마틱하게 상황을 반전시키는 건 지금껏 거의 보질 못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서로 움직일 때 변하게 된다. <승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고수에게 수세월동안 졌다면 그들이 모여서 고수의 체스 수를 같이 연구해서 도전했다면, 진작에 그 고수를 이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에서도 이상적인 얘기라 잘 뭉쳐지지도 않고 서로 힘을 합치지도 못하지만, 결국 지금껏 하기 어려운 큰 일을 해내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된다라는 걸 또 한번 배웠다.


세번째 에피소드인 <장인 뮈사르의 유언>는 돌이된 조개를 발견한 후부터 점점 자신도 돌조개화되어 죽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내용자체는 크게 와닿지 않았으나, 한 사람이 이 세계의 비밀을 발견하고 그 벌로 죽는 다는 내용에서 좀 동의가 안 되었다. 그가 발견한 비밀이 발견전에도 있었던 사실인데, 왜 발견한 후부터 돌조개화가 되었을까? 마치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세상은 돌조개처럼 이미 석화되어 아무것도 못 느끼는 그런 오래된 상태가 되어 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조용히 세상에서 매장당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작가의 생각이 이해는 되지만, 많은 부분에서 동의가 안 되었다. 내가 살아온 세상은 어떤 면에서는 분명 딱딱한 돌조개처럼 더이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면, 따뜻한 사람 간의 온기를 종종 느낄 때가 많다. 세상은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고 느낀다.


 세 에피소드 모두 인간의 삶에 대한 부분을 묘사하였다. 전체적으로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단펹적인 삶을 잘 보여준 소설이었다. 마지막 한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에피소드는 잘 기억이 안나 여기서는 생략한다.